글로벌 경영환경이 ESG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다양한 국제 이니셔티브들이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비재무 성과를 측정하는 기준으로 부상하고 있다. 기업이 각종 이니셔티브를 이해하고 적절히 대응하지 않으면, 글로벌 투자자와 거래 파트너들로부터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니셔티브 간 차이와 목적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각 이니셔티브는 ESG의 특정 영역에 중점을 두거나, 이해관계자 보고·리스크 관리·성과지표 설정 등에서 서로 다른 기준을 제시한다. 현재 기업들이 가장 주목하는 ESG 관련 이니셔티브는 GRI(Global Reporting Initiative), SASB(Sustainability Accounting Standards Board), TCFD(Task Force on Climate-related Financial Disclosures), 그리고 ISSB(International Sustainability Standards Board) 등이 있다. 이들 각각은 보고서 작성 방식, 중대성 개념, 산업별 접근법, 기후 리스크 반영 방법 등에서 서로 다른 접근을 보여주고 있으며, 기업은 자사의 산업 특성과 시장 위치에 따라 최적화된 이니셔티브를 선택하거나 통합 적용할 필요가 있다. 특히 국제표준화가 가속화되는 흐름 속에서, 이러한 기준들이 향후 의무공시화의 기반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의 전략적 대응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본 글에서는 ESG 이니셔티브별 핵심 특징을 비교하고, 기업이 어떤 기준을 중심으로 ESG 경영과 공시 전략을 설계해야 하는지를 제시하고자 한다. 각 이니셔티브의 목적과 보고체계의 구조, 산업별 적용성, 이해관계자 중심성과 투자자 중심성의 균형, 국제통합 논의에 따른 통합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함으로써, 독자들은 ESG 보고체계의 본질을 보다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기업의 실무 담당자들이 이러한 글로벌 기준을 바탕으로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전략적 방향성도 함께 제시하고자 한다.
GRI와 SASB: 이해관계자 중심 vs 투자자 중심의 ESG 프레임워크
GRI(Global Reporting Initiative)는 기업이 환경, 사회, 지배구조 전반에서 발생하는 광범위한 영향력을 이해관계자에게 투명하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설계된 보고 지침이다. GRI 기준은 이해관계자의 요구를 중심으로 기업의 지속가능성 성과를 공시하게끔 유도하며, 사회적 책임과 환경적 영향을 다루는 데 강점을 보인다. 특히 GRI는 광범위한 산업군에 걸쳐 공통적이면서도 유연한 지표를 제공하고, 중대성(materiality)을 기업 외부의 시각에서도 판단할 수 있게 만든다. 반면, SASB(Sustainability Accounting Standards Board)는 주로 투자자 관점에서 중대한 ESG 이슈를 정리하며, 산업별 특성을 세밀하게 반영하여 재무적 연계성을 강조하는 프레임워크로 알려져 있다. SASB 기준은 기업의 ESG 활동이 장기적으로 재무 성과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정량적·비교 가능하게 표현하도록 구성되어 있으며, 기업 내부의 리스크 관리 및 기회 포착을 돕는다. 기업이 ESG 공시 전략을 수립할 때, GRI와 SASB 중 어느 기준을 중심으로 삼을지는 사업의 성격과 주 이해관계자에 따라 달라지며, 최근에는 두 기준을 통합하거나 병행하는 추세가 점점 늘고 있다. 한국 기업의 경우, GRI를 통해 사회적 수용성과 규제 대응력을 높이는 한편, SASB 기준을 통해 해외 투자자 신뢰를 확보하는 이중 전략을 도입하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GRI(Global Reporting Initiative)와 SASB(Sustainability Accounting Standards Board)는 ESG 정보 공시에 있어 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대표적인 국제 기준이지만, 양자 간에는 목적과 접근 방식, 지표 설정의 철학에서 뚜렷한 차이가 존재한다. 기업이 GRI를 선택하는 경우, 그 선택은 사회 전체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에게 자사의 지속가능성 영향력을 투명하게 알리고자 하는 목적에서 비롯된다. GRI는 기업의 환경, 사회, 지배구조 측면에서 발생하는 외부적 영향과 이해관계자의 기대를 중심으로 보고 항목을 구성하며, 공급망, 노동 인권, 지역사회와의 관계 등 비재무적 요소를 정성적으로 기술하는 데 중점을 둔다. 이에 따라 GRI를 활용하는 기업은 통상적으로 CSR 활동이나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 광범위한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고, 브랜드 이미지 개선이나 사회적 라이선스 확보에 초점을 맞춘다. 반면 SASB는 기업의 ESG 요소가 실제로 투자자에게 재무적으로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초점을 두고 기준을 제시한다. SASB는 각 산업군에 특화된 표준을 제공하고, 동일 업종 내 기업 간 비교 가능성을 확보하는 데 중점을 둔다. 기업이 SASB를 채택하는 이유는 주로 자본시장에 대한 신뢰 확보, 투자자의 정보 비대칭 해소, 장기적 주주가치 극대화에 있다. SASB의 프레임워크는 ‘재무적 중요성(materiality)’ 개념을 바탕으로 ESG 요소를 선별하고 측정 가능한 지표를 요구하기 때문에, ESG 활동이 실제 수익성, 비용 구조, 리스크 요인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구체적으로 보여줄 수 있다. 예를 들어 에너지 산업은 탄소 배출량과 규제 대응이 핵심 항목이지만, 기술 산업은 데이터 개인정보 보호나 인적 자본 관리 등이 우선순위에 놓인다.
이러한 차이로 인해 다국적 기업들은 GRI와 SASB를 상호 보완적으로 활용하는 전략을 취하기도 한다. GRI는 외부 커뮤니케이션과 지속가능성 철학을 전달하는 데 유리하며, SASB는 투자자 프레젠테이션이나 ESG 등급 기관 평가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ESG 통합 전략을 추진하는 기업일수록, GRI를 통해 사회적 신뢰를 확보하고, SASB를 통해 자본시장 내에서 경쟁우위를 강화하려는 복합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이처럼 ESG 공시의 목적이 단순한 보고 수준을 넘어 전략적 커뮤니케이션과 기업가치 제고의 수단으로 진화함에 따라, 기업은 두 기준의 철학과 활용 목적을 명확히 이해하고 자사 비즈니스 모델에 맞춰 선택 또는 병행 적용해야 한다. 결국 GRI와 SASB는 ESG 경영의 목표가 사회적 책임에 있는가, 혹은 재무성과에 있는가에 따라 전략적 판단의 기준이 되며, ESG 공시의 성숙도를 좌우하는 핵심 축으로 작용하고 있다.
TCFD와 ISSB: 기후 리스크 대응에서 통합 지속가능성 기준으로의 진화
TCFD(Task Force on Climate-related Financial Disclosures)는 기후변화가 기업의 재무 상태에 미치는 영향을 명확히 공시하도록 유도하는 글로벌 권고체계이다. TCFD는 거버넌스, 전략, 리스크 관리, 측정지표라는 네 가지 핵심 축을 중심으로 기후 리스크의 조직 내 통합을 강조하며, 이를 통해 기업은 투자자에게 기후변화 관련 대응 수준을 보다 신뢰성 있게 전달할 수 있다. ISSB(International Sustainability Standards Board)는 이러한 TCFD의 구조를 계승하면서도, ESG 전반을 포괄하는 보다 통합적인 국제 회계 기준을 제정하고자 설립되었다. ISSB는 IFRS 산하에 위치하여 기존의 재무회계와 ESG 비재무 정보 간의 정합성을 강화하고 있으며, TCFD의 권고안들을 기후 공시 기준인 IFRS S2에 통합하여 표준화한 것이 특징이다. 또한 ISSB의 IFRS S1은 산업별로 적용 가능한 지속가능성 공시 프레임워크를 제공하며, 향후 글로벌 ESG 공시의 기준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 기업들은 이미 TCFD 기반 보고서를 자율적으로 발간하고 있으며, ISSB 기준의 도입에 앞서 내부 시스템과 연계 지표의 정비가 절실히 요구된다. 이처럼 TCFD는 기후 리스크 공시의 필수화 흐름을 열었고, ISSB는 이를 확장하여 ESG 통합 공시의 국제 기준을 설정하고 있다.
기후리스크 공시에 있어 TCFD(Task Force on Climate-related Financial Disclosures)는 그동안 글로벌 기업과 금융기관의 공시 프레임워크를 선도해 왔다. TCFD는 2017년 금융안정위원회(FSB)의 주도로 설립되었으며, 기업이 기후 변화가 재무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어떻게 식별, 측정, 관리하고 있는지를 구조적으로 보고하도록 유도해 왔다. TCFD가 제시한 네 가지 핵심 공시요소—거버넌스, 전략, 리스크 관리, 지표 및 목표—는 ESG 정보의 체계화에 중대한 전환점을 마련했다. 특히 많은 선진국 정부와 규제 당국이 TCFD 기준을 자국의 법적 공시 체계에 반영하면서, 기후리스크 정보의 정량적 비교 가능성이 대폭 향상되었다. 기업은 TCFD의 권고안에 따라 물리적 리스크(예: 폭염, 홍수)와 전이 리스크(예: 규제 변화, 탄소세 등)를 구분해 공개하게 되었고, 이는 투자자에게 더 정밀한 ESG 분석 기반을 제공하는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TCFD가 중점적으로 다룬 분야는 기후에 한정되며, 환경 외에도 사회와 지배구조 관련 리스크까지 포함하는 보다 포괄적인 공시 체계의 필요성이 부각되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등장한 것이 ISSB(International Sustainability Standards Board)다. ISSB는 국제회계기준재단(IFRS Foundation) 산하 기구로서, 기후뿐만 아니라 광범위한 ESG 이슈 전반을 아우르는 글로벌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을 제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ISSB는 기존 TCFD의 프레임워크를 기초로 삼되, 이를 더욱 정교화하고 산업별, 이슈별로 세분화된 정보 공시를 가능하게 한다. 특히 ISSB는 SASB 기준과 기후 관련 지표뿐만 아니라, GRI 및 CDSB(기후공시 기준위원회)의 주요 원칙을 통합하여, 단일하고 일관된 ESG 공시 체계를 제공하려 한다. 기업은 ISSB 기준을 채택함으로써 기존 TCFD 공시를 포함하되, 그 이상으로 통합적이고 비교 가능한 정보를 글로벌 투자자에게 제공할 수 있게 된다.
ISSB의 출범은 ESG 공시 기준의 중첩과 혼란을 해소하려는 국제사회의 공감대를 반영한다. 기업은 TCFD를 통해 축적한 기후 공시 경험을 기반으로 ISSB의 기준에 자연스럽게 적응할 수 있으며, 특히 글로벌 공급망을 보유한 다국적 기업일수록 ISSB 기준 채택이 전략적 우위를 확보하는 핵심 요인이 된다. 각국 규제당국도 ISSB의 기준을 자국 공시법에 반영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이는 ESG 공시의 지역 간 표준 격차를 줄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또한 ISSB는 재무적 중요성(materiality)에 기반한 공시를 요구하므로, 기업이 ESG 요소를 단순 CSR로 취급하는 시대에서 벗어나 실제 재무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보고하도록 유도한다. 궁극적으로 ISSB는 ESG 정보공시를 단순한 윤리적 책임이 아닌, 재무적 지속가능성과 기업 가치 창출의 필수 구성요소로 정립시키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ESG 표준 통합화의 흐름 속에서 기업이 취해야 할 전략
글로벌 ESG 공시 프레임워크들이 통합되는 흐름은 기업에 새로운 기회와 동시에 복잡한 도전을 안겨주고 있다. ISSB는 GRI, SASB, TCFD, CDSB, IIRC 등 다양한 기존 이니셔티브와의 호환을 목표로 하면서, 기업이 복수 기준을 병행 운영해야 하는 비효율성을 줄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이 각 표준의 의무화 시점과 법적 구속력, 산업별 맞춤 기준의 범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지 않으면, 혼란이나 중복 보고로 인해 불필요한 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다. 이에 따라 많은 다국적 기업은 자사 ESG 전략의 거버넌스를 개편하고, 보고 기준 간 교차 맵핑(cross mapping)을 통해 주요 지표를 통합 관리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특히 ESG 공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기업은 데이터의 수집-분석-보고 전 과정에서 디지털 기반 ESG 관리 시스템을 도입하고, 외부 검증 기관과의 연계를 통해 신뢰도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 기업의 경우, K-ESG 가이드라인과 ISSB 국제 기준의 병행 적용이 현실적인 과제로 부상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산업부, 환경부 등 정부 부처와 협업한 실무지침이 필요하다. 궁극적으로 ESG 공시 프레임워크의 통합은 기업의 비재무 정보가 재무정보와 동등한 수준의 전략적 자산으로 활용되는 시대를 예고하고 있으며, 기업은 이에 부합하는 경영전략과 리더십 체계를 갖추는 것이 필수적이다.
글로벌 ESG 공시 기준의 통합화는 기업의 지속가능 경영을 '선택'이 아닌 '의무'의 영역으로 전환시키고 있다. 특히 ISSB를 중심으로 한 국제 표준의 수렴은 기업에게 중복되는 공시 부담을 줄여주는 한편, 전 세계 이해관계자와의 신뢰 기반을 강화하는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기업은 단순히 규제를 따라가는 수동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전략적으로 ESG 데이터를 관리하고 이를 활용해 경쟁우위를 창출하는 능동적 대응이 요구된다. 기업이 먼저 인식해야 할 과제는, 다양한 이해관계자—투자자, 고객, 규제기관, NGO—의 정보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투명하고 일관된 공시 체계의 구축이다. 이를 위해 기업은 내부 데이터 관리 역량을 강화하고, ESG 성과 측정 지표를 재무지표와 통합하여 관리하는 ‘통합 리포팅 체계’를 정착시켜야 한다. 기업이 취해야 할 두 번째 전략은 산업별 ESG 이슈를 반영한 ‘맞춤형 대응’이다. 통합 표준화가 진행되더라도, 업종에 따라 중대하게 평가되는 ESG 요소는 여전히 차이가 있다. 예컨대 제조업은 탄소배출과 공급망 인권이 핵심 사안인 반면, 금융업은 ESG 리스크 평가 체계와 책임투자가 중요하게 다뤄진다. 기업은 자사의 산업적 특성을 정확히 분석하고, 해당 업종의 글로벌 벤치마크와 비교해 ESG 전략의 우선순위를 설정해야 한다. ISSB가 제공하는 산업별 기준(IFRS S2 기준서에 포함된 SASB 매트릭스)은 이를 위한 유용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또한 기업은 지속가능성과 관련된 핵심성과지표(KPI)를 중장기 전략에 내재화하고, 경영진의 성과보상체계와 연동함으로써 이행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 이러한 내부화 전략은 외부의 제도 변화에 흔들리지 않는 자생적인 ESG 역량으로 이어진다. 마지막으로 기업이 강화해야 할 전략은 디지털 기술과의 융합을 통한 ESG 데이터의 신뢰성과 활용도 제고다. ESG 공시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기업은 데이터 수집, 처리, 검증 과정을 자동화하는 기술 기반을 구축해야 하며, AI·빅데이터 분석도구를 통해 방대한 비정형 ESG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예측 가능한 통찰로 전환해야 한다. 특히 ISSB 기준은 정량적 데이터의 공시를 강조하고 있어, 기업이 단순한 서술형 보고에서 벗어나 실증적이고 측정 가능한 성과를 강조할 필요가 있다. 이에 따라 데이터 거버넌스 체계의 강화, ESG 담당 조직의 전문성 고도화, 외부 인증기관과의 협업 등을 통해 데이터 신뢰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해졌다. 기업이 디지털 ESG 플랫폼을 활용하면,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규제 환경에 빠르게 대응하고, 다양한 이해관계자에게 맞춤형 ESG 정보를 제공하는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다.
결국 ESG 표준 통합화의 흐름은 기업에게 부담이 아닌 전략적 기회의 창이다. 기업이 선제적으로 ESG 전략을 정비하고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내재화 체계를 구축한다면, 이는 단기적인 공시 의무 이행을 넘어 장기적인 기업 가치 제고와 투자자 신뢰 확보로 연결될 수 있다. ESG는 더 이상 ‘보고를 위한 보고’가 아니라, 기업 정체성과 경쟁력을 입증하는 핵심 수단이 되었으며, 이 흐름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기업만이 글로벌 시장에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실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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