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ESG 커뮤니케이션의 함정: 그리워싱 미디어 재생산

into-lucky 2025. 5. 31. 09:35

ESG 경영이 글로벌 기업들의 전략 중심축으로 자리 잡으면서, 지속가능성을 강조하는 커뮤니케이션 활동도 급속도로 확대되었다. 많은 기업은 친환경 이미지와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적극적으로 발신하며 투자자와 소비자의 호응을 유도하고자 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실질적인 변화를 수반하지 않은 과장된 표현이나 왜곡된 정보가 오히려 여론의 반발을 초래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른바 '그린워싱(greenwashing)'이라 불리는 이러한 행태는 단순한 기업 이미지 왜곡을 넘어, ESG 자체에 대한 신뢰를 흔드는 구조적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그린워싱이 한 번의 실수로 끝나지 않고, 언론과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반복적으로 재생산된다는 데 있다. 언론은 기업의 지속가능성 메시지를 무비판적으로 인용하거나 광고성 기사로 가공하면서, 오히려 그린워싱을 확산시키는 매개체가 되기도 한다. 이는 ESG에 대한 대중적 인식에 혼란을 초래하며, 궁극적으로는 기업과 소비자 간의 신뢰 단절로 이어질 수 있다. 동시에 기업 내부에서도 ESG 커뮤니케이션이 단기적인 이미지 제고 수단으로 전락하면서, 본래의 지속가능성 가치를 흐리는 역설이 발생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그린워싱이 언론 보도와 디지털 콘텐츠를 통해 어떻게 반복되고 확대되는지를 분석하고, ESG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어떤 구조적 함정에 빠질 수 있는지를 조명한다. 또한 기업이 진정성 있는 소통을 회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도 함께 모색하고자 한다.

 

ESG 커뮤니케이션의 함정: 그리워싱 미디어 재생산
ESG 커뮤니케이션의 함정: 그리워싱 미디어 재생산

 

그린워싱 보도의 반복 구조와 언론 책임의 경계

그린워싱이 사회적 논란으로 비화되는 과정을 살펴보면, 언론 보도가 중요한 촉매 역할을 한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특히 대형 미디어는 기업의 ESG 홍보 메시지를 보도자료 형태로 받아 그대로 게재하거나, 광고성 콘텐츠로 포장하여 전달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기사들은 실제로 기업이 실천한 환경·사회적 개선 효과와는 무관하게 소비자에게 긍정적 인상을 심어주게 되며, 반복적으로 노출될 경우 기업의 ESG 이미지가 실제보다 훨씬 우호적으로 인식될 수 있다. 문제는 이와 같은 보도가 사실과 다른 정보를 포함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검증 없이 퍼진다는 점이다. 언론은 정보의 진위 여부에 대해 일정 수준의 확인 책임을 지고 있지만, ESG 이슈의 경우 복잡한 기술적 용어나 비재무적 지표가 많아 사실관계를 면밀히 따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 결과, 환경 개선 효과를 과장하거나 사회적 공헌을 실체보다 부풀린 정보가 반복적으로 보도되며, 오히려 소비자와 투자자의 판단을 왜곡하는 결과를 낳는다. 이는 ESG 자체의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지고, 진정성 있는 활동을 하는 기업까지 부정적인 시선에 노출되게 만든다. 더 나아가, 언론의 상업적 구조도 그린워싱 재생산에 일조한다. 많은 언론사가 기업의 광고비에 의존하면서, 광고주 기업의 ESG 활동을 긍정적으로 조명하는 보도를 제작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독립적 감시자로서의 언론 역할이 약화되며, 소비자는 'ESG'라는 이름 하에 전달되는 정보에 대해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게 된다. 결국, 언론은 ESG 보도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광고와 기사, 정보와 홍보를 명확히 구분하는 윤리적 원칙을 다시 확립해야 할 필요가 있다.

 

기업 ESG 메시지의 왜곡과 커뮤니케이션 전략의 딜레마

기업이 ESG 커뮤니케이션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가장 흔히 빠지는 함정은 '성과보다 메시지를 우선시하는 전략'이다. 환경 보호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문구는 간단하지만, 이를 실제로 이행하는 데는 상당한 자원과 시간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기업은 때때로 일관된 실행보다는 매력적인 문구를 통해 긍정적 이미지를 먼저 확보하려는 유혹에 빠진다. 이러한 방식은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을 수 있으나, 반복되면 소비자와 투자자의 기대와 실제 간의 괴리가 커지고, ESG 커뮤니케이션 자체의 신뢰도가 낮아지는 결과를 초래한다. 특히 마케팅 부서가 ESG 메시지를 주도하게 될 경우, 상업적 목표가 메시지 설계에 우선하게 된다. 친환경 제품을 강조하면서 실제로는 재활용이 불가능한 포장재를 사용하는 경우, 또는 사회적 책임 활동을 홍보하면서도 공급망 내 노동 착취 문제를 방치하는 경우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러한 모순은 언론이나 시민단체에 의해 밝혀질 경우, 단기간에 기업 평판을 붕괴시키는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그린워싱 논란이 단순한 홍보 전략 실패가 아닌, 기업 전반의 윤리성에 대한 의문으로 전환되는 지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기업 내부에서도 ESG 커뮤니케이션 전략에 대한 혼란은 존재한다. 지속가능성 부서와 커뮤니케이션 부서 간의 목표가 다를 경우, 실행 부서는 실질적 개선에 초점을 맞추지만, 홍보 부서는 외부 이미지 개선에 몰두하는 불일치가 발생한다. 이로 인해 내부 보고서와 외부 메시지 간의 불일치가 발생하고, 이런 정보의 불균형은 언젠가 외부로 드러나게 되어 기업의 진정성을 훼손한다. 따라서 ESG 커뮤니케이션은 전사적 전략의 일환으로, 실행과 메시지가 일치하도록 통합된 관리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신뢰 회복을 위한 ESG 커뮤니케이션의 재구성 방안

그린워싱 논란이 거듭되면서 소비자와 투자자는 점점 더 비판적 시각으로 기업의 ESG 메시지를 바라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이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이미지 개선이나 보도자료 배포를 넘어, 커뮤니케이션의 철학과 구조 자체를 재설계해야 한다. 핵심은 진정성과 투명성이다. 먼저 ESG 관련 데이터와 성과를 수치로 명확히 공개하고, 그 이행 여부를 외부 감시 기구나 독립 평가 기관을 통해 정기적으로 검증받는 것이 중요하다. 단순히 '우리는 친환경 기업입니다'라는 슬로건보다, '우리는 올해 탄소 배출을 12% 감축했습니다'라는 명확한 근거가 더욱 신뢰를 준다. 또한 ESG 메시지를 일방향으로 전달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이해관계자들과의 지속적인 피드백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온라인 보고서에 의견 수렴 채널을 함께 제공하거나, ESG 관련 설명회를 정기적으로 개최하는 등 양방향 소통이 가능한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시민단체, 지역사회, 학계와의 협력을 통해 다양한 시각을 ESG 전략에 반영하는 것도 커뮤니케이션의 질을 높이는 방법이다. 기업은 이제 ESG 커뮤니케이션을 '리스크 관리'의 도구가 아닌 '신뢰 자산 축적'의 과정으로 재정의해야 한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의 대응력보다, 평소의 정직한 메시지 전달과 일관된 실행이 장기적으로 더 강한 평판을 만든다. 나아가 ESG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려는 태도 자체가 곧 기업 경쟁력이 되는 시대이다. 그린워싱의 그림자를 걷어내고, 진정성 있는 커뮤니케이션으로 전환하려는 기업의 노력이야말로 ESG의 본질에 부합하는 길이라 할 수 있다. 그린워싱 논란 이후 ESG 커뮤니케이션은 단순한 외부 이미지 제고의 수단이 아니라, 기업의 지속가능성 철학과 실천력을 그대로 드러내는 핵심 수단으로 진화하고 있다. 그만큼 신뢰 회복을 위한 커뮤니케이션 전략도 단순한 형태의 전술적 대응을 넘어, 근본적인 구조 재편이 요구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무엇을 말하느냐'보다 '어떻게 보여주고 어떻게 들을 것이냐'에 있다. 첫째, ESG 커뮤니케이션의 구조적 혁신이 필요하다. 현재 대부분의 기업은 연간 보고서, 보도자료, 홍보 캠페인 등 일방적 전달 채널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수용자의 의심을 키우는 원인이 되며, 변화된 사회적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다.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ESG 관련 정보의 설계 구조부터 투명성과 참여성, 지속성을 기반으로 바뀌어야 한다. 예를 들어, 연례 보고서 중심의 발표 방식에서 벗어나, 분기별 ESG 이행 상황을 동적으로 공개하는 '라이브 ESG 대시보드'를 운영하는 방식이 가능하다. 이 플랫폼은 탄소 배출량, 자원 순환률, 노동환경 개선 현황 등을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하여, 외부 이해관계자가 직접 진척 상황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 조직 내부의 ESG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통합하고 강화하는 조치가 병행되어야 한다. 많은 기업은 여전히 ESG 부서, 홍보팀, 법무팀, CSR 팀 등 관련 조직이 분산되어 있으며, 이로 인해 전달되는 메시지가 중복되거나 충돌하는 사례가 발생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ESG 전담 커뮤니케이션 오피스를 구성하고, 각 부서의 의견과 자료를 전략적으로 통합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이 조직은 단순히 문구를 다듬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실행 상황과 일치하는 메시지를 기획하고, 위험 요소를 사전에 식별하여 대비하는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 나아가, 내부 직원들의 ESG 인식과 공감대를 확산시켜 조직 전체가 같은 언어를 공유하는 문화가 마련되어야 한다. ESG는 외부 대상만이 아닌 내부 커뮤니케이션 전략에서도 일관성이 확보되어야 신뢰성 있는 외부 메시지로 연결된다. 셋째,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쌍방향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소비자는 기업 메시지에 반응할 뿐만 아니라, 그 의미를 해석하고, 평가하고, 다시 사회적 담론으로 전환하는 능동적인 존재로 변화했다. 따라서 기업은 ESG 정보를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데 그치지 말고, 대중과의 피드백 루프를 형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 챗봇 기반의 ESG 질의응답 시스템, 커뮤니티 참여형 ESG 제안 플랫폼, 실시간 댓글형 보고서 게시판 등을 도입할 수 있다. 시민사회와 전문가 커뮤니티가 참여할 수 있는 공개 포럼을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ESG 관련 이슈에 대한 공개 토론을 유도하는 것도 효과적인 전략이다. 이처럼 투명성과 상호작용을 기반으로 한 전략은 단순한 이미지 회복을 넘어서, 실제로 사회적 신뢰를 축적하는 기제로 작용한다. 결국 ESG 커뮤니케이션의 재구성은 단기적 이미지 회복이 아닌, 지속가능한 관계 형성과 신뢰 자산 축적을 위한 경영 전략의 일환이 되어야 한다. 기업이 정직하고 투명하게 말하고, 내부와 외부의 대화를 수렴하며, 디지털 시대에 맞는 소통 구조를 설계할 때, 진정성 있는 ESG 경영이 가능해진다. 이러한 재구성은 단지 미디어를 위한 수사적 포장에 그치지 않고, 기업의 생존과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핵심 조건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